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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스카이뉴스 _아티산앙코르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연구소 뉴스

by 다문화코치진 2012. 2. 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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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널따란 앙코르와트(Angkor Wat)의 진입로에 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긴 여행기간 동안 겪었던 모든 고생은 사라졌고, 이 신비로운 문명은 나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을 주었다. 나는 원시세계 속에서 갑자기 찬란한 문명세계로 빨려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1850년대 말 프랑스 식물학자인 ‘앙리 무오(Henri Mouhot)’의 여행기에 적힌 앙코르와트에 대한 극찬이다.

누군가는 160년 전에 느낀 이러한 감동을 한국인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서서히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감동을 받기에는 너무도 바삐 움직이는데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앙코르와트를 보고 왔노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앙코르와트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곳이라기보다는 방문한 사람의 심장을 자극하고, 오감을 모두 활용하게 하는 그런 곳이다.

1783년 밀림 속에 버려져 있던 앙코르와트를 본 프랑스의 한 선교사는 그의 편지에서 이곳을 ‘미신의 본거지, 인도인의 바벨탑’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다가 1858년부터 1860년까지 진행된 앙리 무오의 앙코르와트 탐험은 이곳을 새롭게 조명해주었다. 밀림 깊은 곳에 그 신비한 속내를 감춰왔던 앙코르와트, 폐허 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이야기를 찾아 오늘도 사람들은 씨엠립으로 향한다.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무려 6세기 동안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를 다스리며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했던 대제국, 앙코르 왕국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그들이 남긴 사원만이 고단한 후손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데, 한때 역사의 중심이었던 이곳에 샨췌에콜(Chantiers-Ecoles)이라는 공예미술학교와 이 학교에서 생산된 예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티산 앙코르(Artisans Angkor)라는 특별한 곳이 자리하고 있다.
 
찬란한 문명의 유산, 다시 꽃피우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프랑스의 식민 생활을 했던 나라인 만큼 곳곳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샨췌에콜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명칭도 그렇지만 골목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랑스 빵의 일종인 바게트를 파는 가게의 풍경도 그렇다. 아침마다 장작불로 구워내는 바게트 향이 골목을 가득 메우는데 그 향기와 함께 골목을 걷다 보면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장소가 보인다. 바로 캄보디아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샨췌에콜이다.

이곳은 1992년에 발표된 유네스코의 앙코르와트 복원계획에 따라 그 이듬해인 1993년에 프랑스가 설립한 학교다. 개교 후 수많은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해 왔는데 그 중에는 앙코르 유적 복원을 도울 정도로 솜씨가 뛰어난 이들도 많다. 앙코르와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이제껏 어느 지역의 고대건축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 거대한 규모도 한몫했겠지만, 도저히 돌에 새긴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은 크메르 장인들의 조각 솜씨가 더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신의 경지에 가까운 듯한 크메르 석공들의 축조 기술과 조각 솜씨는 거의 100년에 가까운 프랑스 식민시대의 방임주의 정책과 킬링 필드로 잘 알려진 크메르루주의 대학살 사건(1975~1979)으로 후대까지 맥을 잇지 못하고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특히 폴 포트 정권에 의해 자행된 문화 말살 정책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모든 기록과 장인들을 완전히 제거해 버렸다. 이렇게 단절되었던 크메르인들의 예술을 복원해 낸 것이 바로 이 샨췌에콜이다.
  
신의 경지에 다다랐던 크메르 석공 예술

이 학교의 특이한 점은 작업하는 이들이 모두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공예학교 벽면에는 수화표기법이 붙여져 있는데, 그들만의 언어는 이곳에서 더욱 정교하게 전달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옷, 가방, 신발, 지갑, 실크스카프, 기타 각종 공예품 등으로 바로 옆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물품들을 판매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이 학교의 장점은 씨엠립 주변의 농촌 청소년들에게 목공예와 석공예를 비롯한 기술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샨췌에콜의 수익사업장인 아티산 앙코르는 1998년 창립 이후 현재 1천여 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특히 주변 농촌지역에 여러 작업장을 설립하는 일은 농촌의 현저한 인구감소를 막고, 아울러 농촌 거주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직원들을 위한 광범위한 사회보장과 의료혜택을 근무조건에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캄보디아 사회정책의 표본이 되고 있다.
 
사회정책의 귀감이 되는 아티산 앙코르

이곳 예비견습생은 간단한 기술 테스트와 동기 테스트를 통해 선발되는데, 선발된 견습생들은 6개월 동안 생활보조금과 함께 의무교육을 받는다. 그 후 3~6개월 간의 인턴기간을 거쳐 공예가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현지 작업장이나 주거지 작업장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들의 정교한 솜씨로 만들어진 아티산 앙코르 브랜드는 씨엠립 작업장뿐만 아니라 씨엠립 공항, 프놈펜 공항 그리고 홍콩 국제공항에도 독자적인 판매장을 갖춰 판매함으로써 앙코르 지역 문화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www.artisansdangkor.com
 
<최진희 /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 소장 www.camk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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