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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람들> 캄보디아어 가르치는 결혼이주여성 속 헹 씨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연구소 뉴스

by 다문화코치진 2013. 6. 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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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캄보디아어 가르치는 결혼이주여성 속 헹 씨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공부를 못해서…그러다 한국에 와 우리나라 말을 가르칠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2007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결혼이주한 로스 속 헹(29.여) 씨는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동그랗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예쁜 캄보디아 글씨를 좋아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겼다며 너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가 캄보디아 말을 가르치는 곳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이다.

속 헹 씨는 "드라마 속의 나라에 지나지 않던" 한국에 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열심히 한국말을 배웠고 마침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를 설립한 최진희 소장에게서 한국말을 배운 것이 인연이 돼 지난달 이 연구소 직원으로 채용됐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각각 7명과 6명의 수강생이 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전국 어디에도 캄보디아어를 가르치는 곳이 없다 보니 수강생 가운데는 충청남도 논산이나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오는 이도 있다.

그는 또 조만간 캄보디아에 파견될 모 대기업 직원을 위해 개인교습도 한다.

속 헹 씨는 "미리 연습도 많이 했는데도 처음 강의할 때는 많이 떨었지만 지금은 떨지는 않는다"며 "빨리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진도를 나가다 어릴 적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 다시 진도를 늦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알파벳은 자음 33개와 모음 23개, 이중모음 8개로 구성돼 있고, 모음 23개가 만나는 자음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기고 무조건 외워야 하는 특수문자와 8개의 특수부호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약 1년 정도 공부해야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캄보디아어 가르치는 결혼이주여성 로스 속 헹 씨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07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결혼이주한 로스 속 헹 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한국에 와 우리나라 말을 가르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가 캄보디아 말을 가르치는 곳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캄보디아언어문화연구소이다. 2013.6.24 kjw@yna.co.kr

속 헹 씨는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한국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저 잘 사는 나라에 가 집안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그런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컴퓨터도 배우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자료로 찾아가며 캄보디아말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원래는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가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인 9학년까지만 다녔다.

캄보디아에서 식구들과 함께 집안일을 도우며 살다가 딸을 한국에 시집보낸 고모가 '너도 가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라'고 등을 떠밀어 중개회사에 등록했고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났다.

그는 "시어머니와 손 위 시누이와 함께 살지만 친부모나 친형제처럼 잘 지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할 때는 정월 대보름에 먹는 호두를 찜질방에서 먹는 계란처럼 머리로 깨려다 다친 적도 있고 남편이 사다 준 예쁜 옷이 내복인 줄 모르고 겉옷처럼 입고 나가려다 혼이 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속 헹 씨는 "한국을 좋아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많아지듯 캄보디아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캄보이다언어문화연구소에서 속 헹 씨가 캄보디아어를 강의하는 모습)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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